문학교과서현대시

문학교과서 현대시 (1930년대-장수산1)

남촌 윤승식 2014. 8. 6. 15:16

장수산 -정지용

벌목정정(伐木丁丁) 이랬거니 아람도리 큰 솔이 베어짐직도 하이 골이 울어 메아리 소리 쩌르렁 돌아옴직도 하이 다람쥐도 좇지 않고 묏새도 울지 않어 깊은 산 고요가 차라리 뼈를 저리우는데 눈과 밤이 종이보담 희고녀! 달도 보름을 기다려 흰 뜻은 한밤 이 골을 걸음이란다? 웃절 중이 여섯판에 여섯 번 지고 웃고 올라 간 뒤 조찰히② 늙은 사나이의 남긴 내음새를 줍는다? 시름은 바람도 일지 않는 고요에 심히 흔들리우노니 오오 견디련다 차고 올연(兀然)히③ 슬픔도 꿈도 없이 장수산 속 겨울 한밤내 -→①나무를 베는 소리가 정정. ‘정정은 의성어 맑고 깨끗한 홀로 우뚝하게

 

 

1.핵심 정리

갈 래

자유시, 서정시,산문시

성 격

감각적, 동양적, 의고적

주 제

탈속적 세계에 대한 염원(장수산의 고요와 탈속의추구)

표현상의 특징

1)예스러운 어투와 의도적으로 시행을 종결을 거부

2)의문,영탄의 어조로 화자의 감흥을 직설적으로 표현.

3)시가적,촉각적,청각적 심상을 통해 장수산의 고요와 빛깔 표현.

4)산의 청결과 화자의 내면 의식을 조화시켜 표현.

 

 

2. 감상의 길잡이

이 작품은 의식의 연속적인 흐름과 긴밀성을 표출하기 위한 시적 배려의 일환으로 문장의 종결 부호가 사용되지 않고 종결 어미에 독특한 변형을 가한 표현 특징을 갖고 있다. 화자는 먼저 내부적 반향을 일으키는 음악적 효과를 노리기 위해 하이로 끝맺고 있으며, 그 사이에 쩌르렁이라는 의성어를 배치함으로써 울림을 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시적 배려는 첫 구절 '벌목정정'이라는 한문구(漢文句)를 살리기 위한 것이며, 이런 청각적 영상은 결국 장수산이란 공간을 내적 울림으로 형상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앞의 두 구절은 실제적으로 벌목하는 소리를 화자가 듣는 것이 아니라, 장수산의 큰 소나무숲에서 느끼는 고요를 뒤바꿔 표현한 것이다. 셋째 구절에서는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고요를 보여 준다. 다람쥐나 묏새같이 조그만 동물들의 소리도 들리지 않는 장수산의 고요는 뼈를 저리우는촉각적 이미지로 표현되고 있으며, ‘눈과 밤이 조히보담 흰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눈과 밤이 일체화되어 장수산을 이룬 그 빈 공간에 이제 보름달이 떠오른다. 표면적으로는 달이 내려와 계곡을 걷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화자가 달빛만 그윽한 고요 속의 계곡을 걷는 모습으로 화자의 감정이 철저히 배제되고 있어 시인의 엄격한 언어적 절제력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웃절에 거주하는 스님이 남긴 조찰히 늙은 사나이의 남긴 내음새를 줍고 싶어하는 모습에서, 장수산을 청각으로 묘사하던 지금까지의 방법을 후각으로 전환함으로써 자연을 인간화하는 계기를 만들어 준다. 화자가 고요뿐인 장수산에서 찾으려고 하는 것은 늙은 중이 남기고 간 냄새와 같은 무념 무상(無念無想)의 탈속적 세계이지만, 그는 바람도 일지 않는 고요에 심히 흔들리는 시름을 갖는 인간적인 내면을 보여 준다. 그러나 장수산의 바람도 일지 않는 고요속에 있는 화자는 장수산이 고요하면 고요할수록 심히 흔들리는존재이므로 자연과 결코 동화될 수 없음을 알게 해 준다. 그러나 화자는 이러한 인간적 차원을 넘어서는 견인(堅忍)의 정신으로 이것을 극복하려는 몸부림을 보여 줌으로써 슬픔도 꿈도 없이 장수산 속 겨울 한밤내화자로 하여금 우뚝 서 있게 하는 것이다.

 

 

3. 특징 연구

1) 산문시로서의 운율 형성 요소

정지용의 산문시는 형식의 제약을 받아들이면서도 그것을 뛰어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운율적인 면에서 유사한 통사 구조와 동일 시어의 반복으로 시의 운율감을 형성하고,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또한, 마침표와 쉼표를 사용하지 않아 의미의 자연스러운 흐름에 기여하고 있다.

 

2)      예스러운 어투의 시적 효과

이 시는‘-거니, 하이, -고녀, -()란다, -는다, -노니와 같은 예스러운 어투를 사용하여, 자연에서 속세의 번뇌를 잊고자 하는 은일(隱逸)의 자세를 노래하고 있다. 이는 정지용이 지향하는 동양의 정신세계와 맞닿아 있는 것으로, 그 정신적 지향이 뿌리 깊은 전통과 관련된 것임을 자연스럽게 환기시키려는 의도가 작용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