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교과서현대시

문학교과서 현대시 (1930년대-화사)

남촌 윤승식 2014. 8. 7. 09:16

화사(花蛇) - 서정주(徐廷柱)

   

사향(麝香) 박하(薄荷)의 뒤안길이다.

아름다운 배암……. 이중적 이미지(아름다움과 징그러움)유혹의 힘(원색적, 야성적, 본능적 생명력)

얼마나 커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에, 저리도 징그러운 몸뚱아리냐 . 감정 이입(삶은 고통, 업장의 두터운 두께)

 

꽃대님 같다. 화사

 

너의 할아버지가 이브를 꼬여내던 달변(達辯)의 혓바닥이 .사변적인 정신 세계는 제거된 채 육체적 열정만 꿈틀거리는

소리 잃은 채 날름거리는 붉은 아가리 강렬한 욕정의 뱀

푸른 하늘이다…… 물어 뜯어라, 원통히 물어 뜯어,

 

달아나거라, 저놈의 대가리! .뱀의 원색적 욕정 상징

 

돌팔매를 쏘면서, 쏘면서, 사향 방초(芳草)뱀에 대한 공격적 행위

저놈의 뒤를 따르는 것은

우리 할아버지의 아내가 이브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석유 먹은 듯…… 석유 먹은 듯…… 가쁜 숨결이야.

 

바늘에 꼬여 두를까보다. 꽃대님보다도 아름다운 빛…… 사디즘

 

클레오파트라의 피 먹은 양 붉게 타오르는관능적이고 황홀한 뱀의 육감적인 아름다움

고운 입술이다……스며라, 배암!

 

우리 순네는 스물 난 색시, 고양이같이 고운 입술……

스며라, 배암! 화사와의 성교에의 욕망, 소유의 욕구를 암시, 시인은 대상을 액화시킴으로써 대상과의 완전한 합일을 꿈꿈

 

<시인부락>(1936)

 

 

1.핵심 정리

 

갈 래

자유시. 서정시

성 격

낭만적. 주정적, 상징적, 관능적

어 조

격렬하고 거친 어조

제 재

배암과 순네의 고운 입술

주 제

원시적 생명력에 대한 향수

구성

1-2

뱀의 징그러운 모습과 꽃대님 같은 아름다운 빛깔

3-5

가쁜 숨결로 낼룽거리는 뱀의 혓바닥

6-8

뱀의 혓바닥(클레오파트라의 붉고 아름다운 입술. 소박하고 고운 순네의 입술)

표현상의 특징

1)감각적 표현으로 뱀의 특성 묘사

2)비속어를 사용하여 강렬하고 원색적인 느낌을 줌.

3)악마주의적 기법과 반복법, 점층법 등이 구사됨

 

2. 서정주(徐廷柱 1915-2000)

 

시인. 전북 고창 출생. 호는 미당(未堂).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이 당선되어 등단(1936). 1936년 불교전문 중퇴. <시인부락> 주간. 흔히 생명파혹은 인생파로 불림. 1948년 동아일보 사회문화부장. 서라벌 예대동국대 문리대 교수를 역임. 1972년 불교문학가협회장. 1976년 명예 문학박사(숙명여대). 1979년 한국문인협회 명예회장, 1979년 동국대 대학원 명예교수

주요 시집과 시 세계

<화사집>(1938) : 악마적이며 원색적인 시풍, 토속적 분위기를 바탕으로 인간의 원죄 (原罪)를 노래함. 스스로를 죄인으로 여기고 그 운명적 업고(業苦)문둥이’, ‘을 통해 울부짖었으며, 이후 미당은 한국의 보들레르()’로 불림

<귀촉도>(1946), <서정주 시선>(1955) : 원숙한 자기 성찰과 달관을 통한 화해. 동양적 사상으로 접근하여 재생(再生)을 노래. 민족적 정조와 그 선율(旋律)을 읊음

<신라초>(1960) : 불교 사상에 관심을 보여 주로 불교국(佛敎國) 신라에서 시의 소재를 얻음. 선적(禪的)인 정서를 바탕으로 인간 구원을 시도하고 새로운 질서를 확립함

<동천>(1968) : <신라초> 시대보다 더 불교에 관심을 두고, 신비주의에 빠져드는 시기

<질마재 신화>(1975), <떠돌이의 시>(1976) : 토속적이며 주술적인 원시적 샤머니즘이 노래되며, 시의 형태도 산문시, 정형시로 바뀌게 됨

 

3. 시어의 상징적 의미

사향 박하

이성을 유혹하는 향료. 관능적 생명력

뒤안길

인간과의 숙명적 관계로 뱀이 다닐 수 밖에 없는 어둡고 시선이 미치지 않는 길. 관능의 충동이 드러나는 공간

배암

아름다운 빛깔과 징그러운 몸뚱아리를 가진 원시적인 생명력의 아름다움.

푸른 하늘

절대적인 선 즉 인류의 조상을 유혹하여 죄에 빠지기 전 뱀에게 가혹한 징벌을 내린 하느님의 표상

돌팔매

관능적 유혹에 저항하는 도구

고운 입술

강렬한 원시적 욕망

우리 순네

성숙한 육신의 소유자. 육체적 욕망의 대상

 

   

4.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도발적이다. 이 말은 종래의 시가 추구하던 곱고 여리며 서글픈 정서와는 판이한, 가히 악마적이라 할 만큼의 이미지를 보여 준다는 의미이다. 그의 초기 시가 인간의 원초적 생명력의 세계를 보여 주고 있음은 익히 아는 사실인데, 이 시는 그 극치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배암은 이중적 이미지를 지닌다. 아름다움과 징그러움이 그것이다. 시적 자아가 배암을 이중적 이미지로 포착하는 것에서 화자의 이중 구조를 엿볼 수 있다. 배암은 징그럽게 보며 적의를 가지는 일은, 뱀이 가진 어떤 힘 때문이며, 아름답게 보는 것은 외양과 그 빛이 자아내는 유혹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뱀이 가진 이미지는 유혹의 힘정도로 볼 수 있겠다. 그 유혹이란 말할 것도 없이 이성(異性)을 꾀어내는 것이며, 그것은 달콤한 유혹이 아니라 몸부림치는 원색적이고 야성적이며 본능적인 생명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석유 먹은 듯한 가쁜 숨을 헐떡이며 붉은 아가리로 물어뜯는 강렬한 욕정으로 표현한 것이다.

사향, 박하는 모두 자극적인 향기를 주는 것들이다. 그 향기 자욱한 뒤안길에 아름다운 무늬의 뱀이 징그러운 몸뚱이를 하고 있다. ‘커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에는 감정이입된 표현이다. 결국은 화자가 인생을 그렇게 보는 것의 투영이다. 삶은 고통이며 업장의 두께는 너무 두텁다는 것이다.

이브를 꾀어 내던 선조의 혓바닥은 제거된 채, 즉 사변(思辨)이나 언어나 정신적인 것은 없이 다만 붉은 아가리(본능적, 육체적 열정)만으로 푸른 하늘(세계)을 물어 뜯으라고 절규한다. 저 놈의 대가리(뱀의 원색적 욕정의 상징)를 저주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뒤따르게 되는 건 이 가쁜 호흡 때문일까? - 이 호흡은 뱀의 것일 수도, 화자의 것일 수도 있다. 육신이 지닌 성적 욕망이 타 올라 육체의 몸부림을 가누지 못하는 상황인데 이것은 바로 원색적이고 육체적인 생명력이기도 하다.

화자는 바늘에 꿰어 두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이것은 사디즘(성적 대상에게 고통을 줌으로써 자기의 성욕을 만족시키는 이상 성욕, 가학애[加虐愛] 마조히즘)의 증세이다. 화자의 이런 심리 상태에서 뱀의 입술은, 드디어 뭇 남성을 뇌쇄케 한 클레오파트라의 육체적 유혹인 양, 원시 본연의 강렬한 욕정에 차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스며라는 화자의 성교에의 충동을 표현한 말이다. 대상이 문면에 드러나지는 않지만, 그것이 뜻하는 바는 야만적이고 공격적인 사디즘적 충동임에 틀림없다. 여기서 화자는 뱀과 동일시되며, 화자는 그러한 원시적이고 성충동적 상태에 돌입한다. 이것은 보들레르적 악마주의라고 하겠다.

순네는 성숙한 육신의 소유자로 거기에다가 탐나는 입술을 가졌다. 그 입술을 탐하고 싶은 충동적, 야수적, 원색적, 원시적 힘에서 받는 생명력의 꿈틀거림을 시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특성은 <화사집>에 함께 실린 문둥이’, ‘자화상등에도 그대로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