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촌칼럼

[스크랩] 차를 마시면시

남촌 윤승식 2009. 5. 4. 23:56

여름이 오는 늦은 봄, 강진의 높고 낮은 산야에서 찻순을 따러 다니는 여인네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강진의 보은산, 만덕산,산태산 등에는 야생 차(茶)나무들이 자생하고 있다. 그야말로 자연의 영롱한 이슬만을 머금고 자라나는 차나무들인 것이다.

 

다산 정약용이 강진에 유배와서 적막한 생활을 하던 중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강진 만덕산의 백련사를 방문하였다.다산이 백련사 주지승이었던 혜장선사를 만나 녹차 한 잔을 대접받으면서 담소하던 중 주자와 역경을 줄줄 외어대는 것을 보고 그 날 백련사에서 밤을 새우게 된다. 그 날 밤 다산은 10년이나 나이가 어린 혜장으로부터 선(禪)과 차(茶)에 대해 배우고, 혜장은 다산으로부터 경학에 대해 배우게 된다. 그 후 해남 대흥사에 있던 초의대사가 백련사를 방문했다가 다산 선생을 알게 되어 이 세사람은 운명적인 교유(交遊)를 하게 된다. 그 후 다산은 외가쪽인 해남윤씨의 도움으로 만덕산 기슭의 다산초당으로 옮기게 되는데, 녹차나무를 손수 심고 가꾸게 된다. 그리고 차나무가 많았던 만덕산의 별칭이었던 다산(茶山)이란 호를 갖게 된다. 다산이 학문에 열중하면서 유배 시절의 심회를 달래기 위해 차마시기를 얼마나 좋아했는가는 다산초당의  약천,다조대 등의 유적을 보아서도 알 수 있다.

 

어린 찻순을 따가지고 와서 찻순을 덖고 비벼서 차를 만드는데에 보통 정성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덖고 비비는 작업을 4번 정도하고 다시 4번 덖어 7주일 정도 그늘에 말렸다가 다시 1번 덖어야만 녹차가 만들어진다. 아마 두 사람이 2시간 정도 찻순을 따게 되면 집에 와서 바로 2시간 정도 덖고 비비는 어려운 작업을 하게 된다.

차는 본래 찬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여기에 뜨거운 불을 가하면(덖으면) 찻순에 있는 탄닌 성분이 우리 몸에 유효한 성분으로 바뀐다고 한다.그리고 몸이 찬 사람보다는 몸에 열이 있는 사람이 따뜻하게 마시는 것이 이롭다고 한다.

 

금년산 햇녹차를 마시면서 200년전 강진에 유배온 다산의 시 한 수가 생각난다.

 흙벽돌로 쌓은 조그마한 차 부뚜막은

 남쪽 불구멍에 동남풍의 형세로세.

 차는 끓는데 산심부름아이 졸고

 하늘거리는 연기 저절로 파래지네.

 壘墼小茶竈 離火巽風形

 茶熟山僮睡 裊煙猶自靑

출처 : 강진 성요셉/금릉 가족 모임
글쓴이 : 윤승식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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