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교과서현대시

문학교과서 현대시 (1940년대-국수)

남촌 윤승식 2014. 8. 7. 23:05

 

문학교과서 수록 1940년대 시

견우의 노래 - 서정주/교목 - 이육사/국수 - 백석/귀촉도 - 서정주/- 윤동주/꽃덤불 - 신석정/낙화 - 조지훈/남신의주 유동 박씨봉방 - 백석/또 다른 고향 - 윤동주/별 헤는 밤 - 윤동주/ - 정지용/산도화 - 박목월 / 청노루 - 박목월 /쉽게 씌어진 시 - 윤동주 /어서 너는 오너라 - 박두진/ 유리창 - 김기림 / 인동차(忍冬茶) - 정지용 / 전라도 가시내 - 이용악 / 절정 - 이육사/참회록 - 윤동주 /  바람벽이 있어 - 백석

 

국수 - 백석

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멕이고 활발히 움직이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 보다.

한가한 애동들은 어둡도록 꿩사냥을 하고 아이들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북쪽 지역의 김치를 넣어 두는 창고. 헛간과 같음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사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이것은 오는 것이다.

이것은 어느 양지귀혹은 능달쪽 외따른 산 옆 은댕이예데가리 밭에서 햇살 바른 가장자리 가장자리산의 맨 꼭대기에 있는 오래된 비탈밭

하룻밤 뽀오얀 흰 김 속에 접시귀 소기름불이 뿌우연 부엌에

산멍에 같은 분틀을 타고 오는 것이다. 이무기의 평안도 방언.국수 뽑아내는 틀

이것은 아득한 옛날 한가하고 즐겁던 세월로부터

실 같은 봄비 속을 타는 듯한 여름 속을 지나서 들쿠레한 구시월 갈바람 속을 지나서

대대로 나며 죽으며 죽으며 나며 하는 이 마을 사람들의 의젓한 마음을 지나서 텁텀한 꿈을 지나서

지붕에 마당에 우물 둔덩에 함박눈이 푹푹 쌓이는 여느 하룻밤 우무이 있는 둔덕에

아배 앞에 그 어린 아들 앞에 아배 앞에는 왕사발에 아들 앞에는

새끼사발에 그득히 사리워오는 것이다.

이것은 그 곰의 잔등에 업혀서 길러났다는 먼 옛적 큰 마니할머니의 평안도 방언

또 그 집등색이에 서서 자채기를 하면 산 넘엣 마을까지 들렸다는 짚등석, 짚이나 칡덩굴로 짜서 만든 자리 재치기

먼 옛적 큰아바지가 오는 것같이 오는 것이다.

 

,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국수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순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쩡하니 닉은 동치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고춧가루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끓는 아르궅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석탄수(식초) (갈대를 엮어서 만든 자리)을 깐 방 아랫목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의젓한 사람들과 살뜰하니 친한 것은 친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고담(枯淡)하고 소박한 것은 무엇인가. (, 그림, 글씨, 인품 따위가) 속되지 아니하고 아취(雅趣)가 있음

 

<사슴>(1936)

 

 

1.핵심 정리

갈 래

자유시. 서정시, 산문시

성 격

회상적. 감각적. 향토적. 토속적

제 재

눈 내리던 고향의 생활 모습

주 제

농촌 공동체의 풍요롭고 평화로운 삶

구성

1

농촌 생활 공동체에서 국수를 만들어 먹음

2

국수에 곁들어 먹는 음식과 맛

3

국수를 함께 만들어 먹는 마을 사람들의 심성.

표현상의 특징

1) 농촌 공동체의 옛 모습을 감각적 이미지로 형상화하여 열거함.

2) 평안도 방언을 구사하여 향토적인 정감을 형성함.

3) 눈을 매개체로 하여 풍성한 고향의 옛 모습을 회상함

4)지시어와 의문형 어미를 사용하여 의미를 강조함.

 

 

2. 백략 읽기

1. 특유의 사투리들이 주는 효과는?

정겹다, 향토적, 토속적

2. 이 시 속에 나타난 계절은?

겨울

3. 마을의 분위기는 어떠한가?

은근히 흥성흥성 들떠 있다.

4. 무엇이 마을의 분위기를 들뜨게 하고 있을까? 시 속에 나오는 '이것'은 무엇일까?

국수

5. 국수를 반갑고 친밀하고 고담하고 소박한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러면 국수의 구체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는 시어를 한번 찾아보자.

하로밤 뽀오얀 입김 속에서 산멍에 같은 분틀을 타고 온다.

왕사발, 새끼사발에 그득히 사리워 오는 것.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

6. 눈내린 겨울철의 산골 조그만 마을이 뜻밖에도 분주하고 흥성스러운 이유를 알겠다. 뭘 하느라 이리 들떠 있는가?

꿩사냥, 국수 만드는 일, 국수를 만들어 먹는 즐거움 때문에

7. 국수를 만드는 재료인 메밀이 익어가는 과정을 계절별로 나타낸 부분을 찾으면?

실같은 봄비 속을 ~ 갈 바람을 지나서

8. 12~15(이것은 아득한 옛날 ~ 텁텁한 꿈을 지나서), 19~21(이것은 그 곰의 잔등에 ~ 큰 아버지가 오는 것같이 오는 것이다)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설화적 분위기로 이 국수를 만들어 먹는 일이 오랜 전통을 가진 것으로 느껴지고 국수에 대한 친밀감을 더욱 강화시켜 준다.

9. 국수 만들어 먹는 일 하나로 마을 전체가 들떠 있다는 것은, 평소 이 마을 주민들의 삶의 모습이 어떠함을 말해주는가?

서로 돕고 어울리는 공동체적 삶의 모습을 짐작하게 해준다. (아마도 마을 아이들이 낮 동안 잡은 꿩고기를 장만하며 이웃집 부인네들이 부엌에서 함께 국수를 누를 것이고 남정네들은 또 한 방을 차지하고 앉았고 노인네들이 또 한 방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다.)

10. 국수와 곁들여 먹는 것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동티미국, 댕추가루, 산꿩고기

11. 긴 겨울밤 밤참으로 먹는 국수의 맛은 어떨까?

참 맛있지!

 

 

 

3. 감상의 길잡이

백석(白石)의 시는 공동체적 삶에의 회귀. 향수와 같은 과거 지향이 주를 이룬다. 그가 평안도 사투리를 질박하게 쓰고, 말투 또한 생활어를 그대로 차용한 것도 이런 과거 지향 의식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낡고 오래된 것들에의 그리움은 자연히 애련한 정서를 불러오고, 온전한 사람에의 복구를 염원하는 사회적 성격도 개입하게 된다.

이른바 서술시에는 지나친 사회 의식의 발로로 구호 차원의 주제 진술이 두드러진다. 사회 의식적 시를 쓴 동시대의 부류 중 백석과 이용악이 돋보이는 것은, 그런 서정적 힘을 동반한 가운데 주제 의식이 부각되기 때문이다.

이 시는 눈을 제재로 하여 옛 농촌 공동체의 풍요롭고 평화로운 삶을 보여 주는 작품이다. 그 시절에 눈이 내리면 고향 마을은 은근히 들떠 마치 축제를 맞은 듯했는데, 지금 화자는 눈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소박하고 친근한 기억 속으로 빠져든다. 이 작품에서 고향은 감각적 이미지를 통해 공동체의 순수한 삶과 고향의 따뜻한 정취를 나타내려 한 것이다. 이 시에서 눈은, 오래된 꿈과도 같은 공동체의 정신 세계를 표상하는 동시에, 모든 가족들의 사발을 가득 채워 주는 풍성함을 가진 것으로 그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