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교과서현대시

문학교과서 현대시 (1940년대-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

남촌 윤승식 2014. 8. 10. 16:45

남신의주유동박시봉방 -백석

남신의주 유동에 사는 박시봉 씨네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메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누 목수네 집 헌 을 깐, 갈대를 엮어서 만든 자리

한 방에 들어서 쥔을 붙이었다.셋방을 얻어 살다

이리하여 나는 이 습내 나는 춥고, 누긋한 방에서,메마르지 않고 좀 눅눅한

낮이나 밤이나 나는 나 혼자도 너무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딜옹배기북덕불이라도 담겨 오면, .→①둥글넓적하고 아가리가 넓게 벌어진 질그릇 화롯불

이것을 안고 손을 쬐며 재 우에 뜻없이 글자를 쓰기도 하며,

또 문 밖에 나가지두 않구 자리에 누워서,

머리에 손깍지베개를 하고 굴기도 하면서,

나는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내 가슴이 꽉 메어 올 적이며,

내 눈에 뜨거운 것이 핑 괴일 적이며,

또 내 스스로 화끈 낯이 붉도록 부끄러울 적이며,

나는 내 슬픔과 어리석음에 눌리어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느끼는 것이었다.

그러나 잠시 뒤에 나는 고개를 들어,화자의 심리적 태도의 변화(시상의 전환)

허연 문창을 바라보든가 또 눈을 떠서 높은 천장을 쳐다보는 것인데,

이 때 나는 내 뜻이며 힘으로, 나를 이끌어 가는 것이 힘든 일인 것을 생각하고,

이것들보다 더 크고, 높은 것이 있어서, 나를 마음대로 굴려 가는 것을 생각하는 것인데,

이렇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는 동안에,

내 어지러운 마음에는 슬픔이며, 한탄이며, 가라앉을 것은 차츰 앙금이 되어 가라앉고,마음에서 일어나는 슬픔 등이 가라앉아 진정되는 것 (시상의 전환)

외로운 생각만이 드는 때쯤 해서는,

더러 나줏손에 쌀랑쌀랑 싸락눈이 와서 문창을 치기도 하는 때도 있는데,→저녁 무렵에

나는 이런 저녁에는 화로를 더욱 다가 끼며, 무릎을 꿇어 보며,

어느 먼 산 뒷옆의 바우에 따로 외로이 서서,

어두워 오는데 하이야니 눈을 맞을, 그 마른 잎새에는,

쌀랑쌀랑 소리도 나며 눈을 맞을,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는 것이었다.어려운 상황에서도 꿋꿋하고자 하는 의지(화자의 의지적인 삶을 상징하며 교훈을 주는 존재)

1.핵심 정리

갈 래

자유시, 서정시

성 격

서사적,독백적, 반성적, 의지적

제 재

유랑민의 삶

주 제

무기력한 삶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

구성

1-8

유랑하며 살아가는 화자의 쓸쓸한 처지

9-15

무기력하고 무의미한 삶에 대한 성찰

16-19

죽음에 대한 충동에 사로잡힘.

20-32

운명론적 삶에 대한 체념과 새로운 삶의 의지

표현상의 특징

쉼표를 많이 사용하고 대등한 표현들을 병렬함으로써 상황과 사유를 분석적으로 나타냄.

방언과 토속적인 소재가 많이 등장함.

 

    

2. 맥락 이해

어느 사이에 끝에 헤매이었다

여기서의 는 일제 강점기에 일제의 핍박을 피해 고향을 떠나 중국, 일본 등을 유랑하며 힘들게 살아간 우리 민족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낮이나 밤이나 많은 것같이 생각하며

표면적으로는 공간이 비좁다는 것을 지시하며, 함축적으로는 의 머릿속이 복잡하여 공간이 갑갑하게 느껴진다는 의미이다.

나는 내 슬픔이며 쌔김질하는 것이었다

화자는 자신의 무능함과 나약함에서 오는 슬픔을 소처럼 되새김질하며 곱씹어 생각하고 있다.

나는 내 슬픔과 느끼는 것이었다.

지난 삶을 생각하는 과정에서 슬픔과 어리석음이 극에 달한 화자의 내면적 갈등이 절정에 이른다.

내 뜻이며 힘으로 생각하는 것인데

시인이 숙명론적 세계관이 드러나 있는 구절이다.

굳고 정한 생각하는 것이었다

화자는 혹독한 계절을 맞아 앙상한 모습으로 눈을 맞는 나무를 보며 자신의 자세를 가다듬는다.

3. 감상의 길잡이

일제 시대의 암담한 현실 속에서 무기력한 삶을 살아야만 했던 지식인의 내면 의식과, 시련을 극복하려는 굳은 삶의 의지가 잘 표현된 작품이다. 특히 편지의 형식과 산문적 진술, 토속적 소재와 평안도 방언의 사용 등이 화자의 내면 의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전반부에는 일제 강점으로 인해 가족이 해체되고 신의주 셋방에서 절망감과 무력감 속에 침잠하는 화자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후반부에서는 절망적 상황을 운명으로 인식하며, 정리된 내면 의식과 새로운 삶의 의지로 전환하고 있다. 특히 겨울 산의 혹독함을 버티고 서 있는 갈매나무는 화자의 이러한 삶의 의지가 투영된 객관적 상관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