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막히고 절묘하네~."
"김재박의 개구리번트가 생각나네~."
이용규(26. KIA)의 역전 결승 스퀴즈플레이를 보고 누구의 입에서나 탄성이 나왔을 것입니다.
지난 5일 인천문학구장에서 벌어진 KIA-SK전에서 이용규는 1-1로 팽팽하게 맞선 7회 2사 만루에서 바뀐 투수 정우람의 키를 살짝 넘어 2루수 앞에 떨어지는 스퀴즈플레이를 성공 시켰습니다.
볼카운트 1-0에서 갑자기 기습번트를 댔고 정우람은 번트에 대비하기 위해 황급히 달려들다가 머리 뒤로 타구를 놓친 것입니다. 이용규가 전력 질주로 1루에 도달하는 사이 3루주자 최훈락이 홈을 밟아 결국 KIA가 2-1로 이겼습니다.
본래 번트를 대면서 투수 머리 뒤로 넘기려고 시도하는 타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이용규와 KIA로선 다분히 행운이 곁들인 번트였고 선두 SK한테는 올 시즌 처음으로 한 팀에 3연패를 당하면서 공동 2위 KIA와 LG에 1게임차로 쫓기게 된 악몽 같은 순간이었습니다.
이용규는 "원래는 강공하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수비수들이 뒤로 물러나는 것을 보고 번트로 작전을 바꿨다"면서 "팀의 5연승에 밑거름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전날 SK와의 경기에서도 이용규는 2-2로 맞선 8회초 내야 안타로 출루해 폭투를 틈타 2루를 밟은 다음 기습적으로 3루까지 훔친 이용규는 SK 포수가 악송구하는 사이 홈까지 쇄도해 결승 득점을 올렸습니다.
발빠르고 번트에 능한 이용규가 이같은 기습적인 플레이로 승부의 흐름을 바꿔놓는 일이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이용규는 2년 전 2009년 한국시리즈에서도 시리즈의 분수령이었던 5차전에서 극적인 스퀴즈 번트를 성공 시켜 KIA가 12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안는 데 기여했습니다.
당시 KIA는 2승 후 2연패를 당해 몰리는 처리였는데 3회말 1사 1, 3루의 기회에서 이용규에게 조범현 감독이 스퀴즈번트 사인을 낸 게 들켰습니다. SK의 선발 카도쿠라는 공을 바깥으로 뺐지만 이용규가 재치있게 뛰어오르면서 번트를 성공 시킨 것입니다. (결국 KIA가 3-0 승리했음)
기자들이 김재박의 개구리번트와 비슷한 기막힌 성공이라고 하고 주위에서 누군가 새로운 명칭 '두꺼비 번트'는 어떻겠느냐고 말하자 당시 조범현 KIA감독은 "두꺼비 번트가 이용규에겐 어울린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2년 전에는 타석에서 튀어오르면서 스퀴즈번트를 성공 시켰고 지난 일요일에는 자신이 판단해 기습적으로 앞으로 나가면서 번트안타를 만들어냈으니 이용규에겐 '두꺼비 번트'라는 재미있는 명칭을 붙여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이용규가 성공 시킨 스퀴즈플레이가 더 한층 값진 이유는 투아웃 상황에서 시도한 점과 그것을 성공 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보였다는 점입니다.
2년 전 한국시리즈 5차전 때는 원아웃 상황이었고 김재박의 개구리 번트도 원아웃 상황에서 나와 만일 이번에 이용규가 번트 후 1루로 뛰다가 아웃됐으면 헛수고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원조 개구리번트는 1982년 9월 잠실구장에서 열린 서울 세계야구선수권 대회 일본과의 우승결정전 1- 2로 지고 있는 8회말 1사 3루 상황에서 나왔습니다.
일본 투수가 피치 아웃을 하기 위해 바깥쪽으로 높게 던진 공을 2번타자 김재박이 펄쩍 뛰어오르며 번트를 대 동점을 뽑고 자신도 살아나간 상황이었습니다. 이어 한대화의 3점 홈런으로 승리를 하게 됐죠. 그 때 김재박이 번트를 댄 모습이 개구리가 점프하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개구리 번트로 불리게 됐죠.
그런데 재미있는 뒷이야기는 흔히 개구리 번트는 여태껏 김재박이 당시 어우홍 대표팀 감독의 사인을 잘못 읽어서 댄 것으로 '사인 미스'에 의한 운명의 장난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 < 한국야구사 > 에도 그렇게 기술돼 있습니다.
< 한국야구사 > 에는 한국은 김재박의 번트로 기사회생해서 결국 5-2로 이겨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첫 우승을 일궈냈다고 적혀 있습니다.
"김재박의 번트는 흔히 '신기'였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기술상으로는 그 말에 흠잡을 데가 없지만 작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벌금감'이었다. 원래 번트사인은 오른손으로 모자를 만지는 데서부터 시작하기로 돼 있었고 왼손에 의한 것은 아무 내용이 담겨 있지 않은 가짜 사인이었다. 3루주자 김정수는 이 사인을 정확히 읽었으나 김재박만 사인을 잘못 읽고 부리나케 번트를 댄 것이었다. 김재박 외에 또하나 사인을 오판한 사람이 있었다면 그것은 피치아웃한 일본의 구원투수였다. 그러나 결과가 좋았으니 모든 것이 무죄가 아니라 표창감이었다.""
하지만 OSEN의 홍윤표 대기자가 4년 전 당시 LG 사령탑이던 김재박 감독을 만나 들은 이야기는 달랐습니다. 당시 김재박이 독단적으로 결행했다는 것입니다.
김재박 감독은 "1-2로 쫓아가는 상황이었고 1사 주자 3루였기 때문에 어떻게 하던지 번트를 대서 동점을 만들어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면서 "초구에 번트를 대려는데 일본 투수가 공을 빼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엉겁결에 풀쩍 뛰어올라 방망이를 맞히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어우홍 감독이 기자들에게 사인미스라고 말씀하시는데 굳이 토를 달 이유가 없었다" 고 김재박 감독은 웃으며 말하고 우승을 한 마당에 대세에 지장이 없는 곁가지 일로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어쨌든 스퀴즈플레이는 예전보다 줄어들고 있습니다. 사인이 자주 상대방에게 들켜서인지, 아니면 프로 30년째가 됐는데도 번트 기술이 후퇴해서인지 알 수 없지만 짜릿한 묘미를 주는 스퀴즈플레이는 야구의 또다른 볼거리입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
"김재박의 개구리번트가 생각나네~."
이용규(26. KIA)의 역전 결승 스퀴즈플레이를 보고 누구의 입에서나 탄성이 나왔을 것입니다.
지난 5일 인천문학구장에서 벌어진 KIA-SK전에서 이용규는 1-1로 팽팽하게 맞선 7회 2사 만루에서 바뀐 투수 정우람의 키를 살짝 넘어 2루수 앞에 떨어지는 스퀴즈플레이를 성공 시켰습니다.
본래 번트를 대면서 투수 머리 뒤로 넘기려고 시도하는 타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이용규와 KIA로선 다분히 행운이 곁들인 번트였고 선두 SK한테는 올 시즌 처음으로 한 팀에 3연패를 당하면서 공동 2위 KIA와 LG에 1게임차로 쫓기게 된 악몽 같은 순간이었습니다.
이용규는 "원래는 강공하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수비수들이 뒤로 물러나는 것을 보고 번트로 작전을 바꿨다"면서 "팀의 5연승에 밑거름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말했습니다.
전날 SK와의 경기에서도 이용규는 2-2로 맞선 8회초 내야 안타로 출루해 폭투를 틈타 2루를 밟은 다음 기습적으로 3루까지 훔친 이용규는 SK 포수가 악송구하는 사이 홈까지 쇄도해 결승 득점을 올렸습니다.
발빠르고 번트에 능한 이용규가 이같은 기습적인 플레이로 승부의 흐름을 바꿔놓는 일이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이용규는 2년 전 2009년 한국시리즈에서도 시리즈의 분수령이었던 5차전에서 극적인 스퀴즈 번트를 성공 시켜 KIA가 12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안는 데 기여했습니다.
당시 KIA는 2승 후 2연패를 당해 몰리는 처리였는데 3회말 1사 1, 3루의 기회에서 이용규에게 조범현 감독이 스퀴즈번트 사인을 낸 게 들켰습니다. SK의 선발 카도쿠라는 공을 바깥으로 뺐지만 이용규가 재치있게 뛰어오르면서 번트를 성공 시킨 것입니다. (결국 KIA가 3-0 승리했음)
기자들이 김재박의 개구리번트와 비슷한 기막힌 성공이라고 하고 주위에서 누군가 새로운 명칭 '두꺼비 번트'는 어떻겠느냐고 말하자 당시 조범현 KIA감독은 "두꺼비 번트가 이용규에겐 어울린다"고 답하기도 했습니다.
2년 전에는 타석에서 튀어오르면서 스퀴즈번트를 성공 시켰고 지난 일요일에는 자신이 판단해 기습적으로 앞으로 나가면서 번트안타를 만들어냈으니 이용규에겐 '두꺼비 번트'라는 재미있는 명칭을 붙여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번에 이용규가 성공 시킨 스퀴즈플레이가 더 한층 값진 이유는 투아웃 상황에서 시도한 점과 그것을 성공 시킬 수 있는 능력을 보였다는 점입니다.
2년 전 한국시리즈 5차전 때는 원아웃 상황이었고 김재박의 개구리 번트도 원아웃 상황에서 나와 만일 이번에 이용규가 번트 후 1루로 뛰다가 아웃됐으면 헛수고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일본 투수가 피치 아웃을 하기 위해 바깥쪽으로 높게 던진 공을 2번타자 김재박이 펄쩍 뛰어오르며 번트를 대 동점을 뽑고 자신도 살아나간 상황이었습니다. 이어 한대화의 3점 홈런으로 승리를 하게 됐죠. 그 때 김재박이 번트를 댄 모습이 개구리가 점프하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개구리 번트로 불리게 됐죠.
그런데 재미있는 뒷이야기는 흔히 개구리 번트는 여태껏 김재박이 당시 어우홍 대표팀 감독의 사인을 잘못 읽어서 댄 것으로 '사인 미스'에 의한 운명의 장난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 < 한국야구사 > 에도 그렇게 기술돼 있습니다.
< 한국야구사 > 에는 한국은 김재박의 번트로 기사회생해서 결국 5-2로 이겨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사상 첫 우승을 일궈냈다고 적혀 있습니다.
"김재박의 번트는 흔히 '신기'였다고 표현한다. 그러나 기술상으로는 그 말에 흠잡을 데가 없지만 작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벌금감'이었다. 원래 번트사인은 오른손으로 모자를 만지는 데서부터 시작하기로 돼 있었고 왼손에 의한 것은 아무 내용이 담겨 있지 않은 가짜 사인이었다. 3루주자 김정수는 이 사인을 정확히 읽었으나 김재박만 사인을 잘못 읽고 부리나케 번트를 댄 것이었다. 김재박 외에 또하나 사인을 오판한 사람이 있었다면 그것은 피치아웃한 일본의 구원투수였다. 그러나 결과가 좋았으니 모든 것이 무죄가 아니라 표창감이었다.""
하지만 OSEN의 홍윤표 대기자가 4년 전 당시 LG 사령탑이던 김재박 감독을 만나 들은 이야기는 달랐습니다. 당시 김재박이 독단적으로 결행했다는 것입니다.
김재박 감독은 "1-2로 쫓아가는 상황이었고 1사 주자 3루였기 때문에 어떻게 하던지 번트를 대서 동점을 만들어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면서 "초구에 번트를 대려는데 일본 투수가 공을 빼는 바람에 나도 모르게 엉겁결에 풀쩍 뛰어올라 방망이를 맞히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어우홍 감독이 기자들에게 사인미스라고 말씀하시는데 굳이 토를 달 이유가 없었다" 고 김재박 감독은 웃으며 말하고 우승을 한 마당에 대세에 지장이 없는 곁가지 일로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어쨌든 스퀴즈플레이는 예전보다 줄어들고 있습니다. 사인이 자주 상대방에게 들켜서인지, 아니면 프로 30년째가 됐는데도 번트 기술이 후퇴해서인지 알 수 없지만 짜릿한 묘미를 주는 스퀴즈플레이는 야구의 또다른 볼거리입니다.
천일평 OSEN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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