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3-[1] 인물과 갈등
■ 황석영, ‘삼포 가는 길’
1. 작품 개관
갈래 |
단편 소설, 여로형 소설 |
성격 |
사실적, 현실 비판적 |
배경 |
1970년대 겨울, 눈 덮인 시골길과 감천역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주제 |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된 사람들의 애환과 귀향 |
특징 |
1) 여로형 소설의 구조를 띠고 있음. 2) 간결한 대화를 통해 내용을 압축적으로 드러냄. 3) 대화나 행동 묘사를 통해 극적 효과를 거두고 있음. |
2. 핵심 정리
1) 삼포의 상징적 의미
: ‘삼포’는 실재하는 곳은 아니지만 피곤한 영혼이 쉴 수 있는 마음의 안식처이자, 이상적인 공간이다. 등장인물 중 ‘정 씨’에게 삼포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서린 고향으로 오랜 방랑 생활을 마칠 수 있는 그리운 공간이다. 또한 영달에게 있어 삼포는 일자리를 구하고 새롭게 정착하기를 희망하는 곳이다. 이처럼 작가는 ‘삼포’라는 공간을 설정하여 사람과 자연의 조화로운 정이 남아있는 공간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내었다.
2) 등장인물의 심리 변화 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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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변화 양상 |
영달 |
백화에 대한 연민과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낌 → 백화를 떠나보내며 아쉬움을 느낌 |
정씨 |
고향에 간다는 생각에 설렘 → 삼포가 변해 버렸다는 말을 듣고 고향 상실감을 느낌 |
백화 |
점점 자신의 마음을 엶 → 영달에게 애틋한 감정을 느낌 → 영달과 정 씨에게 고마움을 느낌 |
3.감상의 길잡이
이 작품은 근대화의 물결이 드세게 일었던 1970년대의 우리 농촌 사회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또한 겨울을 계절적 배경으로 설정하여 작품의 주제를 더욱 부각시켜 나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추수가 끝난 황량한 들판’과 ‘새벽 겨울 바람’이 암시하듯 겨울이라는 계절은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더욱 견디기 힘든 계절이다. 특히 겨울철이면 일거리가 없는 공사판의 노동자에게는 삶의 수단을 상실하게 하는 계절로 또다시 다른 곳을 향해 떠돌게 만든다는 점에서, ‘겨울’이라는 배경 설정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이 작품은 막노동자인 노영달과 정 씨, 작부인 백화 세 사람을 중심 인물로 하여 구성되었다. 우연히 길에서 만나 함께 길을 걷게 되는 이들은 모두 근대화의 그늘 속에서 ‘뿌리 뽑힌 자’들이라는 점에서 서로 다를 바가 없는 처지이다. 이 작품은 이러한 인물들이 길에서 만나 서로 의지하며 길을 걸어가는 것을 통해, 이들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해 가는 훈훈한 인간애(人間愛)의 정조를 드러내고 있다
4.활동하기
1. 등장 인물에 대한 탐구
인물 |
직업·상황 |
행동·대화 |
성격 |
정씨 |
감옥에서 여러 가지 기술을 익혔고, 출감 후에 고향을 찾아가고 있음. |
• “감옥뿐 아니라, 세상이란 게 따지면 고해 아닌가…….” • 대합실에서 정씨가 영달이를 한쪽으로 끌고 가서 속삭였다. • “삼포엘 같이 가실라우?” |
무뚝뚝하지만 속이 깊고 따뜻한 마음의 소유자 |
영달 |
공사판의 노동자로 옥자와 살림을 차려 살아 본 적도 있지만 정씨를 따라 일자리를 찾아가고 있음. |
• 영달이가 달려들어 싫다고 뿌리치는 백화를 업었다. • 영달이는 흙이 덕지덕지 달라붙은 신발 끝을 내려 다보며 아무 말이 없었다. • “쳇, 며칠이나 견디나…….” |
마음이 여리고 따뜻하며 자신감과 결단력이 부족함. |
백화 |
술집에서 일하다가 도망쳐 고향으로 가고 있음. |
• “더 드세요. 날 업구 왔으니 기운이 배나 들었을 텐데.” • “내 이름 백화가 아니에요. 본명은요…… 이점례예요.” • 영달이가 내민 것들을 받아 쥔 백화의 눈이 붉게 충혈되었다. |
배려할 줄 알며 마음이 여리고 쉽게 정을 주는 성격 |
2. ‘고향’의 존재 양상과 갈등의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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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모습 |
갈등의 종류 |
원인 |
정씨 |
정착하고 싶은 삶의 터전이자 위로와 안식처 |
인물과 환경과의 외적 갈등 |
개발로 인해 변해 버린 고향의 모습 |
영달 |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삶의 희망 |
내적 갈등 |
백화와 함께 가고 싶은 마음과 능력이 없어서 선뜻 가지 못하는 마음 사이의 갈등 |
백화 |
위로와 안식처 그리고 새출발의 기회 |
내적 갈등 |
영달과 함께 가지 못하는 아쉬움 |
3. 등장인물에게 ‘삼포’와 ‘고향’의 의미
• ‘삼포’의 의미: 정씨에게 삼포는 실제 고향이며, 정신적 안식처이자 이상향의 공간이다. 또한 영달에게는 지향 없는 고단한 삶의 안식처이자 희망이다.
• ‘고향’의 의미: 백화에게 고향은 술집 작부 생활을 청산하고 새 출발하고 싶은 곳이다. 정씨에게는 감옥에 갔다 온 후 새 삶을 꿈꾸는 장소이다
■ 지은이 모름, ‘채봉감별곡’
1. 작품 개관
갈래 |
고전 소설, 애정 소설,염정 소설 |
성격 |
비판적, 사실적, 진취적 |
배경 |
18세기 조선 후기 서울과 평양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주제 |
조선 후기 부패한 관리들의 추악한 이면, 사회적 억압과 가부장제를 극복한 순수하고 진실한 사랑 |
특징 |
1) 인물 간의 가치관 대립이 서사 전개의 출발점이 됨. 2) 현실적 차원에서 사건 전개가 이루어지며, 사실에 가까운 표현법을 사용함. 3) 새로운 여인상 창조 (적극적이고 주체적 의지에 따라 행동하는 채봉) 4) 가사(歌辭)를 삽입하다고 있다는 점. 5) 다른 애정소설이 거의 일부다처의 시대 풍속을 그대로 답습한데 반해 이 작품은 그런 면이 없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그것에 반항한 셈. ⇒ 채봉이 허판서의 첩이 되기를 거절한 점은 비단 강필성에 대한 애모의 표현만이 아니라 하겠음. 6) 진실한 순정을 그리기 위해 노력한 작품 (채봉이 허판서를 거절하고 가출한 것이나 강필성을 오매불망(寤寐不忘)한 면도 그렇지만 강필성이 양반으로써 자신의 명예를 저버리고 이방이 되었다는 점이 더욱 그러함) 7) 당대 타락상 제시 : 허판서와 같은 권력계급의 매관매직과 인권유린, 또는 그러한 특권계급을 이용하여 시골 사람을 착취하는 김양주와 같은 인간들, 또 자식을 팔아서까지 벼슬을 구하는 김진사 등 |
2. 핵심 정리
1) ‘채봉감별곡’의 소설사적 의의
‘채봉감별곡’은 고전 소설이 가진 비현실성과 우연성을 극복했다는 점에서 근대 소설로 가는 과도기에 있는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 현실을 반영한 사건 전개 및 상황 설정 : 서북 지방의 양반은 대체로 부유했으나 벼슬에 오를 수 있는 기회는 제한되었던 당시의 시대상을 세밀하게 반영한 장면이나 매관매직의 장면이 구체적으로 그려진 점, 채봉이 기생이 되어 돈을 버는 장면 등은 고전 소설의 비현실성을 극복한 것이라 볼 수 있다.
◇ 우연성을 극복한 채봉의 고난과 극복 과정 : 아버지를 구하기 위해서 기생의 신분을 선택하게 된다는 점, 기생으로 이름을 날리면서 장필성이 그 소식을 듣고 재회하게 된다는점 등은 단순한 우연성으로 사건을 전개하던 기존의 고전 소설에서 볼 수 없었던 인과성을 보여 주고 있다.
3.감상의 길잡이
조선 말기에 쓰여진 것으로 추측되는 애정 소설로, 지은이와 연대는 알려져 있지 않다. 일명 <추풍감별곡>이라고도 부르는 이 작품은 총 60여 면, 120회로 된 장회 소설이다. 이 작품을 중국 소설집 《금고기관(今古奇觀)》에 나오는 〈왕교란백년장한(王嬌鸞百年長恨)〉을 번안한 작품이라고 평가하지만 서두에서 남녀 주인공의 결연 과정만 모방했을 뿐이다. 제재로 보나 배경으로 보나 현실 생활에서 취재했으며 매관매직이 공공연하게 횡행하던 조선 말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설정했는데, 이 작품처럼 현실성을 띠고 있는 조선 시대 고대 소설도 드물다고 할 수 있다.
평양에 사는 김 진사의 딸 채봉과 장필성은 서로 약혼한 사이였으나 벼슬에 눈이 어두운 채봉의 아버지가 딸을 허 판사의 첩으로 주려고 하자 집을 나와 평양 기생이 되는 등 두 남녀는 많은 고난을 겪다가 마침내 숙원을 이룬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은 주인공 장필성과 채봉이 어떠한 권세에도 굴하지 않고, 체면도 불구하고 사랑을 찾으려는 순결하고도 진실한 애정 생활을 표현하고 있으며, 나아가 조선 말기의 부패하고도 몰락해 가는 양반 위정자들의 실상을 폭로하고 있다. 이러한 것을 김 진사의 유관주의적 사상과 허 판서 ․ 김양주 등의 생활을 통해서 볼 수 있다. 우리나라를 배경으로 한 애정 소설의 여주인공 대부분을 기생 출신에서 택한 데 비해 이 작품은 양가의 규중처자를 여주인공으로 삼았으며, 중국을 배경으로 한 애정 소설이 대부분이 일부다처주의적 애정 생활을 공공연하게 표현해 놓은 데 비해 이 작품은 진실한 애정으로만이 결합되어 일부일처주의의 애정 생활을 표현했다. 이처럼 이 작품은 조선 시대 소설로는 드물게 보는 수작이며, 사건의 현실성으로 봐서는 <춘향전>보다 나는 작품이라고도 생각된다.
4. 활동하기
2. 인물의 성격 파악
⑴ 허 판서: 매관매직(賣官賣職)을 일삼는 탐관오리(貪官汚吏)로 돈과 여자 등 자신의 이기적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탐욕스런 인물이다.
⑵ 김 진사: 자식을 위하는 척 하지만 자신의 출세와 부귀공명을 위해 돈으로 관직을 얻으려는 세속적 욕망이 강한 인물이다.
⑶ 김 진사의 부인: ‘정경부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딸을 재상의 첩으로 보내려는 이기적인 인물이다.
⑷ 채봉: 장필성을 향한 사랑과 믿음을 저버리지 않으려는 의지적인 인물이다.
3. 표현에 담긴 당시의 시대적 상황
⑴ “평안도 사람이 벼슬하기가 하늘에 오르는 것처럼 어려운 시절에”: 서북(西北) 지방이라 불린 평안도와 함경도는 사족(士族) 계급이 없는 것이 특색이었는데 이는 중앙 정부의 정치적 차별로 관직 진출이 어려웠던 탓이다.
⑵ “첫째 부인도, 둘째 부인도 아니오. 첩이라오.”: 조선 시대의 결혼과 사회 제도는 전근대적이고 가부장적 성격이 강했으며, 남녀 평등 사회가 아니었다. 따라서 당시에는 부인을 여럿 거느릴 수 있었고 심지어 첩까지 둘 수 있었다.
⑶ “채봉이 예사 여염집 처녀 같았으면 부모의 말이라 뭐라고 대꾸하지 않았을 터이지만”: 삼종지도(三從之道)의 가부장적 사회였던 당시에는 부모님의 말씀이 곧 법이었다. 특히 아버지와 남편 그리고 아들에게 무조건 순종하는 것이 미덕이었던 사회에서 채봉이는 능동적이고 개성적인 성격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