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고(光州高)

순천의 자랑된 한창기 골동품 6500점

남촌 윤승식 2011. 12. 12. 15:44

 

순천시립 ‘뿌리 깊은 나무 박물관’이 21일 문을 열었다. 이 박물관은 순우리말 잡지 『뿌리깊은 나무』를 창간한 고(故) 한창기 선생의 수집품 65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한창기 선생

전남 순천시는 21일 순천시 낙안면 평촌리 ‘뿌리 깊은 나무 박물관’의 개관식을 갖고, 고(故) 한창기(1937~97) 선생이 소장했던 문화재와 민속품 등을 공개했다.

 이 박물관은 한국 잡지사에 큰 획을 그었던 고인이 평생 모은 민속품 65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한 선생은 1976년 순우리말 잡지인 『뿌리 깊은 나무』를 창간하는 등 전통문화 계승에 헌신했다. 재단법인 뿌리 깊은 나무는 한 선생의 유지에 따라 2003년 순천시에 유물을 모두 기탁했다.

유물은 고고 유물과 고서·민속품 6146점과 석물류 300점, 옹기 54점 등이다. 모두 60억 원 상당이다. 이 가운데 약 800여 점을 박물관에 전시하고 있다. 박물관은 건축 연면적이 1736㎡이며, 유물전시관 1동과 한옥 8동으로 꾸며져 있다. 건축비 59억원 중 50억원은 순천시가, 9억원은 고인의 가족이 댔다.

 박물관은 유물전시실과 야외전시 전통한옥으로 나누어진다. 유물전시실은 상설전시실(뿌리 깊은 나무관)과 기획전시실(샘이 깊은 물관)·세미나실(배움나무관)로 구성됐다.

 기획전시실에서는 조선시대 선조가 직접 쓴 글씨와 『삼국지』 『옥련몽』 등 한글소설을 볼 수 있다. 한글 목판에서는 조선 후기의 인쇄술과 선조들의 한글에 대한 애정을 엿볼 수 있다. 군담소설(軍談·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소재로 한 고대소설)인 『월왕전』을 한글로 새긴 목판은 국내 유일본이다.

 상설전시실은 청동기~통일신라시대의 토기 70여 점과 고구려~조선시대의 기와·옹기류 100여 점, 불교 제례의식에 쓰인 금고(金鼓), 조선시대의 백자·청자 등을 전시 한다. 정순왕후의 장례식을 담은 국보급 유물인 ‘정순왕후 국장 반차도’와 김홍도의 낙관이 있는 창해낭구도 등도 관람할 수 있다. 북·대금·소금·퉁소·단소 등 전통 악기와 『샘이 깊은 물』 창간호의 표지 그림이었던 조선시대 미인도도 눈길을 끈다.

 순천시는 ‘뿌리 깊은 나무 박물관’이 인근의 낙안읍성과 함께 문화관광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문화와 역사에 조예가 깊었던 고인이 남긴 유물들이 생태수도 순천이 문화적인 속살을 채워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경호 기자

◆한창기 선생=전남 보성군 벌교읍 출신으로 광주고와 서울대를 졸업한 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한국 지사를 만들었다. 1976년 3월 월간 잡지 『뿌리 깊은 나무』를 창간, 한국 잡지사에 새 장을 열었다. 최초로 한글만 사용하고 가로 쓰기를 도입했다. 『뿌리 깊은 나무』가 80년 8월 신군부에 의해 폐간당하자 84년 여성 종합문화지인 『샘이 깊은 물』을 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