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僧舞)- 조지훈
얇은 사(紗)① 하이얀 고깔②은 → ⓵얇고 성글게 짠 비단.②승려가 머리에 쓰는 모자.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나비로구나(시적 허용)
파르라니 깎은 머리박사(薄紗)① 고깔에 감추오고② → ⓵얇고 성글게 짠 비단의 한 종류. ②감추고(시적 허용)
두 볼에 흐르는 빛이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너무 고와서 오히려 서러움(역설법)
빈 대(臺)①에 황촉(黃燭)②불이 말없이 녹는 밤에→ ⓵사방이 보이게 높이 쌓아 만든 곳.②초오동잎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돌아설 듯 날아가며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보선이여.→오이씨처럼 볼이 조붓하고 갸름하여 맵시가 있는 버선
까만 눈동자 살포시 들어먼 하늘 한 개 별빛에 모두오고→염원의 대상
복사꽃 고운 뺨에 아롱질 듯 두 방울이야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번뇌의 종교적 승화
휘어져 감기우고 다시 접어 뻗는 손이깊은 마음 속 거룩한 합장인 양하고 →두 손바닥을 합하여 불도에 정진하는 한결같은 마음을 나타내는 불교 예법.
이 밤사 귀또리도 지새는 삼경(三更)인데→하룻밤을 오경(五更)으로 나눈 셋째 부분. 오후 11시에서 다음 날 1시까지얇은 사(紗) 하이얀 고깔은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나비로구나 (시적 허용) <청록집(靑綠集), 1946> |
1.핵심 정리
갈 래 | 자유시, 서정시 | |
성 격 | 전통적. 주정적. 선적(禪的). 불교적. 율동적. 고전적 | |
어 조 | 대상에 대한 예찬적,고전적,우아한 어조 | |
주 제 | 인간 번뇌의 종교적 승화 | |
구성 | 1-3연 | 춤추려는 찰나의 모습(도입) |
4연 | 무대와 배경(전개1) | |
5-8연 | 춤의 동작(전개2) | |
9연 | 춤의 종료(결미) | |
표현상의 특징 | 1)시간적 순서에 따른 시상 전개(추보식 구성) 2)수미상관식 구성 3)우아하고 예스런 어휘 사용 4)대체로 4음보 5)유음 ‘ㄹ’의 사용(부드러운 느낌) 6)묘사 중심의 서술 |
2. 맥락 이해
1) 얇은 사(紗) 하이얀~고깔에 감추오고. : 승무를 추려는 여승의 하얀 고깔이 마치 나비같다고 함으로써, 승무를 추는 여승의 고운 자태를 암시적으로 나타낸다. 또한 2연의 ‘파르라니 깎은 머리’는 여승이 젊은 나이임을 보여 준다. ‘나빌레라’, ‘감추오고’등은 우아한 느낌을 표현하기 위한 시적 허용이다. 2) 두 볼에 흐르는~고와서 서러워라 : ‘고와서 서러워라’라는 것은 역설적 표현이다. 여승의 고운 모습을 보며 화자가 서러움을 느끼는 것은, 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어떤 고뇌 때문에 여승이 되었을까 하는 생각에서 나온, 인생의 고뇌에 대한 서글픔 때문이다. 3) 소매는 길어서~올린 외씨버선이여 : 승무의 역동적인 동작을 묘사한 것이다. ‘소매는 길어서 하늘은 넓고’는 장삼(長衫)의 긴 소맷자락을 하늘로 펄럭이는 춤사위를 나타낸 것이며, ‘돌아설 듯 날아가며’는 제자리에서 몸을 회전시키는 빠른 동작의 표현이고 ‘사뿐히 접어 올린 외씨버선이여.’는 그 회전 동작이 끝나면서 한쪽 다리를 사뿐히 접어 올리는 정지 자세를 표현한 것이다. 4) 까만 눈동자~별빛에 모두오고. : 정지 상태에 있는 여승의 모습을 묘사해서 그 내면을 나타내려 한 부분인데 여기서 여승은 춤사위를 멈추고 하늘의 별빛을 바라보고 있다. 5연에서 표현된 승무의 역동적인 단계가 끝난 뒤에 나온 6연의 정적(靜的)인 단계는, 고뇌와 두려움이 가라앉은 뒤의 차분해진 마음으로 종교적 목표를 지향하는 내면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며, ‘먼 하늘 한 개 별빛’은 불교 수행(修行)의 목표인 해탈을 상징한다. 5) 복사꽃 고운 빰에~번뇌(煩惱)는 별빛이라. : ‘두 방울’은 고뇌를 표현하는 눈물이며, 6연에서와 마찬가지로 ‘별빛’은 해탈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번뇌(煩惱)는 별빛이라.’라는 시구는 표현상 번뇌가 곧 해탈이라는 뜻이 되므로 역설적 표현이 된다. 물론 그 심층의 의미는, 세상사로 인해 번뇌가 생기지만 불교적 깨달음을 통해 그 번뇌를 승화시킨다는 것이다. 한편, 이 시의 화자는 승무를 추는 여승을 관찰하는 입장에 있으므로 ‘번뇌는 별빛이라’라는 표현은 여승의 고뇌가 실제로 종교적으로 승화되었다는 게 아니라 화자의 눈에 그렇게 보인다는 뜻으로 해설할 수 있으며, 나아가 인생의 모든 고뇌가 ‘별빛’처럼 승화되었으면 좋겠다는(화자 또는 시인의)소망을 드러낸다고 해석할 수 있다. 6) 휘어져 감기우고~합장(合掌)인 양하고 : 승무의 춤사위를 묘사하다가 여승의 내면으로 향했던 화자가 다시 춤사위를 묘사하나 정지 동작 이후에 다시 시작한 이 춤사위는 이제 고뇌의 표현이 아니라, 불도에 정진하는 자세의 표현인 ‘거룩한 합장(合掌)’이다. |
3. 조지훈(1920. 12. 3 경북 영양~ 1968. 5. 17 서울)
청록파 시인 가운데 한 사람이며 전통적 생활에 깃든 미의식을 노래했다. 본관은 한양(漢陽). 본명은 동탁(東卓). 8·15해방 직후 국회의원을 지낸 아버지 헌영(憲泳)과 전주이씨(全州李氏)인 어머니 사이의 4남매 중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맏형 동진(東振)은 요절했으나 〈세림시집〉을 펴낸 시인이었다. 어려서 할아버지에게 한문을 배운 뒤, 3년간 영양보통학교를 다녔다. 서울로 올라와 1939년 혜화전문학교(지금의 동국대학교) 문과에 입학해 〈백지〉 동인으로 참여했고, 조연현 등과 친하게 지냈다. 1941년 대학을 졸업하고 일제의 탄압을 피해 오대산 월정사에서 불교전문강원 강사로 있었고, 이때 〈금강경오가해 金剛經五家解〉·〈화엄경〉 등의 불교서적과 노장사상, 당시(唐詩)를 즐겨 읽었다. 1942년 조선어학회 〈큰사전〉 편찬위원으로 참여했고,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검거되어 신문을 받았다. 이듬해 고향으로 내려가 지내다 8·15해방이 되자 다시 서울로 와서 명륜전문학교·경기여자고등학교에서 강의했다. 1946년 전국문필가협회 중앙위원 및 조선청년문학가협회 고전문학부장을 역임했고, 1947년 동국대학교 강사를 거쳐 고려대학교 교수가 되었다. 6·25전쟁 때는 문총구국대 기획위원장으로 중부전선에서 종군했고, 1961년 벨기에에서 열린 국제시인회의에 한국대표로 참가했다. 1963년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소 초대 소장이 되면서 시쓰기보다 〈한국문화사대계〉를 기획하고 추진하는 데 힘썼다. 그뒤 1965년 성균관대학교 대동문화연구원 편찬위원, 1966년 민족문화추진위원회 편집위원, 1968년 한국시인협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1968년 토혈로 사망하여 경기도 양주군 마석리에 안장되었고, 1972년 서울 남산에 시비가 세워졌다. |
4.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민족적 정서, 전통에의 향수, 불교적 선미라는 조지훈 초기 시세계의 특성을 매우 잘 보여 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승무의 외적 묘사에 그치지 않고, 승무 속에 담겨 있는 세속적 번뇌 그리고 그 번뇌를 잊으려는 수도승의 안타까운 소망을 구상화하고 있다. 이 시는 종결어미를 효과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아름다운 순수 국어를 발견하고 조탁하여 사용하는 것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리고 '승무'라는 소재에 어울리게 유장한 가락의 내재율을 조성하고 있고, 수미쌍관법을 사용하며, 아어형(雅語形)인 '오/우'를 일부러 삽입하여 운율감으로 살리고 있다. 또한 역설적인 표현의 사용은 암시의 효과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이 시는 총 9연인데 1연-3연은 묘사 중심이다. 1연은 고깔을, 2연은 머리를, 3연은 두 볼을 묘사하고 있다. 여기서 역설적 표현이 보이는 데, '고와서 서러워라'라는 묘사에서 역설적 표현을 사용해서 승무의 단순한 외면 묘사가 아닌 내면 묘사가 이루어짐을 암시하고 있다. 이는 곧 세속적 번뇌와 갈등이다. 이 모습은 4연과 5연에서 심화된다. 4연은 정태미(靜態美-정밀미, 선미)가 5연은 동태미(動態美-유장미)가 보이는 데, 이는 세속적 번뇌와 갈등을 반영하고 있다. 1연-5연까지는 전반부의 모습으로 세속적 번뇌를 화자는 말하고 후반부인 6연과 7연은 세속적 번뇌의 극복을 보여 준다. 그 초극의 의지는 '별빛에 눈동자를 모으는 행위'에서 나타난다. 별빛이 번뇌 극복의 상징, 즉 번뇌에 대한 가능성의 존재라면 눈동자를 모으는 행위는 참회의 눈물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8연과 9연으로 이어져 시적 대상의 깨달음이 나타나 종교적 승화가 보인다. 결국 후반부는 번뇌의 극복과 승화로 이어진다. 전체적으로 이 시는 '승무' 그 속에 담긴 번뇌를 이기려는 안타까운 소망을 구상화하고 있다. 오동잎이 달빛을 받으며 떨어져 내리는 밤. 아무도 없는 빈 무대에 황촉 불을 켜 놓고 춤을 춘다. 그러므로 이 춤은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춤이 아니라, 자신의 번뇌를 떨쳐 버리려는 몸짓이며, 가없는 영혼의 세계를 향한 간절한 발돋움일 터이다. '복사꽃 고운 뺨', '까만 눈동자' 같은 관능적인 아름다움이나 '두 볼에 흐르는 빛이 /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라는 표현을 보면, 이토록 젊고 아름다운 여인이 어찌하여 세속적인 영화(榮華)를 멀리하고 승려가 되지 않을 수 없었는가 하는 것이 궁금해진다. 그러나 이 시는 그 연유를 밝히지는 않는다. 구구한 설명이 필요 없이 세속은 어차피 번뇌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바탕에 자리 잡고 있다 하겠다.춤동작은 그 번뇌를 떨쳐 버리려는 몸짓에 걸맞게 완급을 드러내 준다. 멎는 듯 움직이고 움직이는 듯 멎는 그 동작을 통해 우리는 고뇌를 이겨내려는 한 여승의 자기 정화의 몸부림을 보는 듯하다.발은 이 번뇌(煩惱)의 땅을 디디고 있지만, 눈은 '먼 하늘 한 개 별빛'을 향해 있다. '세사에 시달려도 번뇌는 별빛이라.'는 표현이 드러내 주고 있는 바, 지상적․세속적인 번뇌를 통해 여승은 종교적․초월적으로 승화되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승무’라는 불교적 춤을 소재로 하여 삶의 번뇌를 이겨내려는 젊은 여승의 모습을 형상화한 이 시는 세속을 떠난 한 여인의 삶의 고뇌와 종교적 구원의 문제에 초점을 두어 고전적인 소재를 시적으로 승화시켜 한국적 정조(情調)를 복원해 낸 시로 평가된다. 시인의 섬세한 언어 감각은 이 시의 소재인 전통적인 심성과 문화에 잘 어울린다. 그리고 이 시의 주제는 인간 번뇌의 종교적 승화(昇華)로 전통적, 회고적, 선적(禪的), 심미적 성격을 보여 준다. 삶의 번뇌에서 해탈하여 마음의 평온을 얻고자 하는 것은 모든 사람의 염원일 것이다. 이 시는 승무를 통해서 이러한 기원을 표현한 것이다. 이 시에서는 화자가 등장하지도 않고 함축적으로도 되어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의 어조는 감정이 절제되어 있지 않다. 즉 첫째 연은 감탄형 종결어미로 감정이 직접적으로 노출되었고 둘째 연 역시 그렇다. 화자가 갑자기 개입하여 의미상의 모순(矛盾)을 범하면서 감정의 과잉상태를 보여준다. 이는 감각적인 묘사로 일관되기보다는 매 순간순간마다 감정을 노출시킴으로써 승무를 취하고 있는 여승의 위기를 절감(切感)하게 하고 있다. 이는 제재인 승무와 화자와의 거리가 부족한 거리임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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